박 시장 '문화도시' 발언 왜 '딴지'인가

[분석] 구체성 없고 논리 빈약한 '이견'은 사업추진 발목 잡는 '딴지'일 뿐

 

이정우 기자 arrti@siminsori.com

 

박광태 광주시장이 광주문화중심도시(이하 문화도시) 사업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지난 20일 가진 송년기자간담회 자리에서 ①전당 적자 300억 ②100만평 문화산업단지 조성안 ③전당 국제공모 당선작의 랜드마크 기능 등을 거론하면서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이하 추진기획단)의 사업방식을 문제 삼고 나선 것.

  
▲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시민의소리

①과 관련해 박 시장은 “200~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문화전당 적자분을 언제까지 국비로 보전할 것인지 협의할 사항이 많지만, 누가 어떻게 결정해서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고, ②의 문제에 대해서는 “문화가 밥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대가 되게 하기 위해 100만평 규모의 문화산업단지를 조성할 복안이었는데 문광부는 문화전당에만 모든 역할을 집중시키려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박 시장은 특히 ③을 놓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문화전당이 땅 속에 있으면 어떻게 랜드마크로서 기능하겠느냐”면서 “국제공모를 통해 작품이 선정됐더라도 시민들과 시의 의견을 수렴한 설계변경 등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왜 본격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기자들 앞에서 '발언'만 하는지

이 같은 박 시장의 발언은 광주광역시의 수장으로서 낼 수 있는 당당한 ‘의견’이 아닌, 다만 문화도시 사업추진의 발목을 잡을 뿐인 ‘딴지’로 분석된다. 까닭은 간단하다. 논의를 한 발자국만 더 진전시키면, 박 시장의 발언에는 무수한 논리적 허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문화도시에 대응하는 박 시장의 방식은, 본격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기자들 앞에서 ‘발언’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①, 즉 ‘전당 적자 300억 보존’ 문제에 대해서는, 박 시장이 “국책사업이니 만큼 국가가 책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버리면 그만이다. 매우 불분명한 추정치에 불과한 ‘300억’을 강조하면서 광주가 떠안아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박 시장 스스로 밝힌바 자신이 ‘예산의 귀재’라면 오히려 시민들을 향해 “예상되는 적자분은 내가(박시장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해소할 수 있으니 시민들은 그저 잘 활용하시라”고 말하는 편이 평소의 박 시장답다는 생각이다.

실상은 굳이 박 시장의 ‘예산 귀재’ 재능을 활용할 필요도 없다. ‘국립’자 들어간 시설물들 치고, 그 시설물이 위치한 지자체에게 손을 벌린 사례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문화도시 사업을 의도적으로 흠집낼 생각이 아니라면, '300억 적자보존' 운운하는 것은 국책사업에 대한 자신의 이해부족을 드러낼 뿐인 것이다.

문화시설의 ‘적자’를 강조하는 것 또한 문화에 대한 몰이해의 소치이다. 세계 유수의 문화시설물들 대부분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문화는, 마치 교육이나 국방비가 그러한 것처럼 ‘돈을 쓰는’ 사업이다. 그리고 그 성과는, 역시 교육이나 국방비가 그러한 것처럼 ‘다른 맥락’에서 회수되는 법이다.

박 시장 발언, 그럴싸하지만 무수한 논리 허점 뿐

②와 관련해서는 ‘100만평 규모 문화산업 단지’의 구체적인 안을 요구하고 싶다. ‘100만평 문화산업단지론’은 문화도시 사업이 시작된 초기단계에서부터 잊을만하면 지방지를 통해 거듭 보도된 박 시장의 ‘의지’인데 여태껏 그 흔한 ‘용역안’ 한번 구경하지 못했던 것이다. 과연 문화산업이 ‘규모’와 ‘집적’으로 성공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그 의문을 해소해줄 기초적인 ‘안’조차도 없는 마당에 논의는 성립될 수 없다. 결국 ‘100만평 규모 문화산업단지’ 발언은 광주시민의 밥벌이를 고민하는 ‘박광태 시장 상(像)’을 부각시키기 위한 ‘상징조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체는 없고 ‘구호’만 요란한, 사실은 실천의지도 없는 그런.

  
▲ 숱한 논란 속에 건립된 "민주의 종" 표지석. 추진위원장 김양균, 광주광역시장 박광태 글자가 선명하다. "시민의견 수렴 부족"을 이유로 전당 당선작의 설계변경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의 종"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시민의소리

국제공모를 통해 당선된 전당 설계안을 두고 “시민들과 시의 의견을 수렴한 설계변경 등을 건의하겠다”고 말하는, ③의 ‘랜드마크’와 관련한 박 시장의 태도는 매우 무책임하다. 당선작은 ‘설계지침’을 구현한 작품이고, 이 설계지침은 문화도시 논의 이후 숱하게 진행된 토론, 심포지엄, 세미나 등을 통해서 마련됐다. 광주시 또한 설계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 참여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권위’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당선작이 결정되는 데 필요한 ‘형식요건’은 갖춰왔던 것이다.

전당 부지에 세워진 ‘민주의 종’은 시민의견 수렴했는가

그 결과가 특정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형식요건’을 갖춘 당선작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사업이 어디에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서 집중해야 할 논의는 전당 당선작이 갖고 있는 긍정, 부정의 효과를 검토하고 이를 최대, 최소화할 수 있게끔 기본설계→실시설계 과정에 개입해 '내용요건'을 완성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면 ‘시민총투표’에라도 부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구겐하임미술관도, 시드니오페라하우스도, 퐁피두센터도, 카네기홀도, 혹은 지금의 광주시청 건물도 투표를 통해 결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시장이 자신의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그것은 ‘추진위원장 김양균, 광주광역시장 박광태’ 표식이 선명하게 새겨진, 전당부지 내에 ‘최초’로 들어선 ‘민주의 종’을 파괴하는 것이다. 과연 ‘민주의 종’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는지, 랜드마크로서 기능하는지 묻고 싶다. 사실 그곳 부지는 전당 계획 권역 내 땅으로서 어떠한 건축물도 들어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결국 광주시가 추진기획단을 ‘압박’해서 건립이 가능해졌다는 후문인데, ‘공공용지’의 임의사용을 적당히 얼버무린 양측의 태도가 옳은 것인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전당 당선 작가가 던진 ‘경험으로서 랜드마크’ 논의 부족

이른바 ‘랜드마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전당 당선작가 우규승씨는 “무엇보다도 5.18이라고 하는 역사적 사실이 광주의 가장 의미있는 랜드마크일 것”이라면서 “건물을 최대한 지하화하고 부지 전체를 공원화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5.18유적물들이 부각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씨는 “부지 전체가 도시민들의 쉼터이자 역사적 체험 공간으로 기획되었다”고 말하고 “전당과 그 부지 전체는 경험으로서 랜드마크 기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18가치의 보존, 도심의 쉼터 기능 등 전당의 설계치침을 최대한 고려했다는 이야기다.

  
▲ 아시아문화전당 모형. 당선작가에 의해 "경험으로서 랜드마크"라는 화두가 던져졌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채 "조형으로서 랜드마크"만이 일방적으로 문제제기되고 있다. ⓒ시민의소리

작가의 발언을 그대로 따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험으로서 랜드마크’라는 화두가 광주에 던져졌다는 사실이다. 바라보는 랜드마크에서 경험하는 랜드마크로의 중심이동은 문화예술 각 분야의 큰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찬성이든 반대든 이 화두에 대한 답이 광주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형으로서 랜드마크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마땅한 전략인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조형으로서 랜드마크 기능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도청본관 등 5.18유적을 올곧게 보존해야 하는 처지에서 조형성의 포기는 광주의 숙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이 유사 이래 최대의 문화프로젝트라는 데, ‘이견’이 없다면 그 또한 이상할 노릇이다. 하지만 ‘이견’과 ‘딴지’는 구분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보통의 시민들이라면 어떠한 ‘이견’도 말할 자격이 있을 터이지만,  광역도시의 살림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구체성도 없고 논리도 빈약한 ‘이견’을 내 놓는다면 그것은 ‘딴지’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견이든, 동견이든, 그것이 딴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한 구체성과 탄탄한 논리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플 따름이다.

 

2005년 12월 22일